2007년 06월 20일
솔직히 말할게요.
솔로가 좋습니다. 아, 이건 좀 개인차가 있어요. 혼자선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까지 솔로의 즐거움을 느껴보라고 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솔로라면 마땅히 솔로의 즐거움을 알아야 하는 법이죠.
커플은 사회적으로 권장되는 형태입니다. 영화관에 가도- 심지어 소극장에 가도 넘쳐나는 커플석, 매달 14일마다 많기도 한 커플들을 위한 기념일, 기념일마다 벌어지는 커플 이벤트, 어딜 가나 커플들을 위한 자리가 남아있어요. 최근에 영화 예약을 하려고 관람석을 마우스로 클릭하고 있었는데 절대 좌석을 홀수개로 남겨놓는 형태로는 좌석 예매를 할 수 없더군요. 모 멀티플렉스는 영화는 마땅히 짝수명이 보는 거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거기다 세상 어딜 가도 들려오는 커플에 대한 찬가- 절대 사랑에 대한 찬가가 아닙니다. '커플'에 대한 것이죠. 서점에 가도 연애의 전략에 대한 책이 넘쳐나고 커플이 되는 험난한 길, 그리고 미션을 완수했을 때 주어지는 달콤한 보상, 즉 커플에 대한 영화가 쏟아져나오는 세상입니다.
이런 일들은 왜 일어나냐고요? 전 솔직히 커플은 굉장한 소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얼마나 많은 향수와 꽃이 팔리고 있을지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미간을 찌푸리게 됩니다. 특히 향수와 꽃은 (제 주위의) 여자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선물이라는 걸 감안하면요. 만나면 아무래도 비싼 밥을 먹고, 데이트를 하러 나오면 어딘가 앉아있기 위해 커피를 마시죠. 데이트는 곧 돈입니다. 선물도 돈입니다. 사실 그렇잖아요. 이런 세상에서 커플을 권장하지 않으면 대체 뭘 권장한단 말입니까. 없는 돈도 꺼내서 쓰게 만드는 커플의 위력 앞에서 대체 무엇이 대적하겠습니까.
이렇게 커플이 권장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자, 하지만 이런 커플의 세상에서도 가릴 수 없는 솔로의 장점을 들어볼게요.
솔로는 편합니다. 남 눈치 보지 않아도 되죠.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걸 할 수 있죠. 다만 준비가 필요합니다.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는, 공연을 볼 수 있는, 산책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요. 이 마음의 준비만 마치면 완벽합니다. 괜히 하이힐을 신고 나가서 발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거에요. 나가기 전에 옷장을 뒤집어가면서 옷을 여러 벌 입어보지 않아도 됩니다. 괜히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어요.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나요?
솔로는 충실합니다. 에너지를 자기 자신한테 쏟는 거니까요. 커플이 된다는 건 알게모르게 엄청난 자원을 소모하는 일이에요. 시간, 돈, 에너지까지- 솔로라면 마땅히 이 모든 걸 자신에게 쏟아야 합니다. 그게 솔로다운 솔로기도 하죠. 자기 옷과 책을 사고, 혼자 시간을 내서 바람을 쐬러 나가고, 남는 에너지로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했으면 해요. 남아도는 자원을 버리는 건 커플이 되는 것보다 더 우울한 일입니다.
결정적으로 솔로는 강해집니다. 세상은 결국 혼자 사는 곳이라는 걸 잊지 않거든요. 괜히 남의 손길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타인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도 다독이게 되죠. 커플이 된다는 건 기대하고, 실망하는 일들의 반복입니다. 물론 가끔은 기대를 기적적으로 충족시키는 놀라운 일들을 겪게 되죠. 하지만 그런 일은 흔하지 않고 사람의 마음이란 실망에 좀 더 민감하니까요. 커플이 된다는 건 결국 누구나 혼자라는 조금 우울한, 하지만 당연한 사실에 대한 마취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솔로는 그 점에서 냉철하죠. 항상 현실을 잊지 않으니까요.
굳이 솔로가 되라고 할 생각은 없어요. 커플은 커플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솔로도 커플 못지 않은 장점이 있다는 거. 솔로라면 마땅히 솔로다운 솔로가 되어야 합니다. 자신에게 투자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주위 사람들도 챙겨야 해요. 커플일 때는 힘든 일일지도 모르니까요.
+) 그리고, 저 남자친구 생겼습니다.
++) 낚시, 미괄식 구성 아닙니다 ┓- 처음부터 끝까지 진담이에요. 다만 끝에 써놓은 건 남자친구가 서운할까봐···. (이게 더 나쁜가)
# by | 2007/06/20 03:30 | 떠오르다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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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낚시성은 아니었어요. 저게 제 지론이거든요. :)
근데 언제부터 나기가 미괄식구성을 즐긴거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