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요즘 이야기


#1
요즘엔 동네에 있는 구립도서관에 다니고 있다. 비록 허름하긴 하지만 공짜 독서실이 어디 흔한가 싶어서. (집에서 공부한다는 건 역시 미션 임파서블일 뿐이었다.) 7시부터 자리를 주기 시작하는데 8시 즈음에 느지막히 일어나는 내가 어떻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는 비밀이다. 아침 9시쯤 도서관에 가서 저녁 7시쯤 돌아오는 생활 중- 조금 더 공부 시간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서관 독서실에는 세 가지 종류의 주제가 있다. 수능/영어/국가고시. 세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여자/남자/아저씨. 

엄마가 시장에 다녀오시는 길에 도서관 쪽으로 오셔서 집에 같이 돌아가는데 작년에 이 도서관에 다니셨던 엄마가 그러시는 거다. "내가 작년에 봤던 아저씨 아직도 있더라?" "아, 그래요? 도서관에 생각보다 아저씨들이 많아요." 그렇다. 아저씨 진짜 많더라. 처음에 독서실에 와서 공부로 먹고 살겠다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경악했고, 와서 자거나 자리를 비우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더 놀랐고··· 지금은 아저씨가 많아서 놀란다. 그냥 아저씨도 아닌 흰머리가 선명한 그야말로 아저씨들. 무엇을 공부하는지 궁금해서 슬쩍 보고 지나가면 공인중개사나 기사 자격 시험 같은 것들- 조금 짠할 때가 있다. 아저씨들은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니까.

"그 나이면 뭔가 이루어야 하는 나인데 말야." "엄마, 모든 사람이 뭔가 이룰 순 없잖아요." "그래도 그렇지, 그 사람들 가장일 거 아냐." "뭐, 그건 그렇지만······." "세상에 대단한 사람이 얼마나 많니." "엄마, 그런 사람들은 대단하니까 책도 쓰고 TV에도 나오고 그러는 거에요."

누구나 그 나이쯤에 무엇인가 되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가 되어있길, 뭔가를 성취해낸 사람이길 바란다. 남들은 대학원에도 가고 했는데 졸업도 안 하고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딸을 보는 엄마가 그렇게 말하는 건 당연하지만 아저씨들도 짠하고, 나도 내가 좀 한심하고, 그랬다. 자꾸 날 보고 무언가가 되어내라고 말하는데 그냥 그렇게 지내면 안되는 걸까나. 그렇다. 이건 신종 지랄땡깡이다. (푸훗) 누구나 무언가를 이룰 순 없는걸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으니까.

나도, 아저씨들도 잘 되길.

#2
열화와 같은 호응은 없었지만 염장글을 쓰자면, 그 취지는 만나온지도 어느 정도 되어가고 있는데 일언반구 언급도 안하지야 않았지만, 너무 이 블로그에 말이 없다 싶어서. 그러니까··· 취지는 오직 염장에 있다.  

어제 남자친구를 보는데 얇은 검정색 패딩 점퍼에 청바지에 흰 면티셔츠- 그러니까 20대 남자가 10명쯤 지나가면 3명 정도는 정말 딱 저렇게 입을 듯한 옷을 입고 있는 남자친구를 보면서 '아, (역시) 제일 이뻐···.' -꾸준한 필터링과 세뇌의 결과로 (막장)착각의 늪에 한 발을 들여놓고는 이제 무릎까지 푸욱 담근 순간이었다. 그 순간은 정말 연애중이구나 싶었다.

생각해보면 그다지 자주 만나지도 않고 자주 연락을 하는 편 같지도 않고 만나면 밥먹느라 바쁜데다 (같이 밥 먹으면 서로 말도 없다-_-) 같이 찍은 사진 하나 없는 채로 잘 지내고 있다. 둘 다 로망이라고는 쌀 한톨만큼도 없고 남한테 크게 신경쓰지 않고, 뭐 그런게 비슷한가···. 어쨌든 당분간은 가장 이뻐보이지 않을까나. 아끼고 있다. :)


by naki | 2007/10/29 14:25 | 오늘 하루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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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ustin at 2007/10/29 15:28
염장글! 염장글!
Commented by naki at 2007/10/29 21:44
이거, 염장을 바라고 있던 거에요? ^^; 왜 그러실까나아-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7/10/30 09:30
으하하하하
Commented by naki at 2007/10/31 20:03
뭐야, 로보스님하도 내 염장질이 좋았어? :$
Commented by ♨털보어린이♨ at 2007/11/02 00:45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몇번 전화를 시도해봤지만, 전화연결음 다음엔 꼭 네 목소리는 들리지 않더구나.

내가 누군지 궁금하다면...
'주위'에서 가장 '털'이 많은 사람을 찾아보시길...

후후훗~ㅋ
Commented by naki at 2007/11/02 13:33

핸드폰이 고장나서 바꾼 이후 3G라 그런지 상태가 좋지 않아요. (아니면 제 핸드폰이 한창 고장나 있을 때 전화하신 건지도.)

말투는 꼭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분이 털이 많던가..? (쿨럭) 직접 정체를 밝혀주시면 감사드릴거에요. :)
Commented by naki at 2007/11/04 23:17
(근데 대체 주위에 털이 많은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은 겁니까 -.-)
Commented by grabyss at 2007/11/06 01:33
저 '주위'를 확장한다면 재현이보다 털 더 많은 사람이 있을까나...;;

근데 예전부터 무지 궁금했던건데 -_-
저기 저 단어 위에 줄 찍 긋는 거 어떻게 하는 거야?;;;
Commented by naki at 2007/11/06 22:09
저거 태그인데요 ^^; <s>글씨</s>일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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